스타트업 투자자로 현장을 다녀보면 흥미롭습니다. 대표님 만나서, 'AI 쓰세요?' 물으면 백이면 백 '씁니다', 대답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물으면 애매합니다. 이해도나 활용도가 다르고 쟁점도 다채롭습니다. 우선 AI를 조직에 전면 도입하냐 마냐부터 실제 고민입니다. 규칙과 통제, 책임과 속도, 창의와 협업 사이 고민이 많습니다. 그 다음은 클로드냐 제미나이냐 코파일럿이냐, 도구론에서도 갈래가 많습니다.
생각은 각각인데, 빠지는 함정은 비슷해요. 막상 도입을 했는데, 뭐가 좋아졌는지 체감은 안됩니다. '생성된' 문서가 전달되지만 다 읽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세게 박겠습니다', '3층 닫힘 구조' 등등 한국말인데 까끌거리는 '클로드 사투리'만 난무합니다. 처리할 데이터와 서류는 산더미인데 아직도 밤늦게까지 엑셀 돌리고 수작업을 합니다. AI에 돈은 쓰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고 머리만 복잡합니다. 이런 난맥은 뭘까요? 그저 전이단계의 혼란일까요, 과대평가된 AI 기대(hype)일까요.
함정과 혼란은 단지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프로젝트 정보는 실물 그대로 정확히 표현되어야하고, 결과물은 누군가 책임지고 '도장' 찍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덱스가 최선의 안을 A, B, C 알려주지만 그 중 뭘 택할지는 사람이 침 꿀꺽 삼키고 결심해야 다음 발짝을 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코드나 기획서, 디자인이든, 한 인공지능이 다른 인공지능에 인간 손을 태워 넘겨둔 디지털 뭉치일 뿐이죠.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습니다. AI가 많은걸 혁신한다 말하지만 실제 AI로 효율을 내는 집은 드뭅니다. 왜냐면 AI는 기존 구조를 증강할뿐, 안되는 일을 되게 하는 마술봉은 아니니까요. AI로 인간이 범용화되고 진부화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똘똘한 동료 인간이 모자라서 일이 멈칫멈칫합니다. 기업은 젊은 피를 수혈해서 AX 시대로 가고싶지만, 정작 사회 신입은 채용해주는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돌이켜 보면, 항상 새 기술은 놀랍고, 여파는 컸습니다. 92년 공대 연구실에 시험도입된 인터넷 망을 써 봤고, 94년 첫 직장인 연구소 다니던 중 인터넷이 도입되어 플로피 디스크로 넷스케이프를 깔아 '통신'을 했습니다. 그저 연결이 신기했고 알고 있던 고정된 세계가 어찌 변할지 모르니 조금은 두려웠습니다. 언젠가는 도서관에 가서 서지카드 작성하지 않아도 되려나 상상해보는 정도였습니다. |